'팻 메스니'에 해당되는 글 2건

  1. 나와 같이 가지 않으련? : 팻 메스니 오케스트리온 (Orchestrion) 2009.12.13
  2. 병신 병수 2009.11.27
'팻 메스니'(
Pat Metheny) 의 'Are you going with me?'를 눈을 감고 헤드폰으로 듣고 있으면 몽환적인 분위기로 빠져 듭니다. 리듬 부터 시작되고 다른 악기 연주가 추가되는 기승전결 구조의 곡으로 음악을 들으며 느낄 수 있는 황홀경에 빠져 들게 됩니다. 키보드 연주자인 라일리 메이스 (Lyle Mays)와 같이 한 8분 47초의 곡은 파노라마같은 자연의 영상을 머리에 자연스럽게 그려 줍니다.

팻 메스니는
1970년대 초에 게리 버튼 퀸텟의 멤버로 재즈계에 나타나서 새로운 재즈의 스타일을 만들었습니다. 팻 메스니 또는 팻 메스니 그룹의 음반 중 'Offramp'가 많이 알려 졌지만, 1979년에 발매된 'New Chautauqua'는 요즘의 스타일과 다르게 어쿠스틱 느낌이 강하고 완성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퓨전 재즈의 대표 음악가로 알려진 팻 메스니는 국내에서 2010년 6월에 공연을 할 계획입니다. '오케스트리온'(Orchestrion) 형식의 공연이라고 합니다. 오케스트리온은 사람의 손길 없이 기계의 움직임으로 연주되는 악기를 일컫는 표현으로 공연장 전체에 팻 메스니만 출연해서 연주 조율을 담당하고 기계가 악기를 연주하는 형식입니다.
오케스트리온 형식은 1800년대에 시도된 형식이라고 하는데, 과연 어떤 장관이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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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병수

from 常/글쓰기 2009.11.27 14:23
오늘도 병신 같은 병수는 양재천을 걷는다.
'Pat Metheny'의 'Are you going with me?'의 전주에 나오는 '단따단따 따다' 하는 단순한 리듬을 타며 춤추듯 걷는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병수는 잘나가는 회사는 아니지만 사내에서는 인정받고, 남들보다 진급도 빠르고 외부 평판도 그리 나쁘지 않는 좀 나가는 부장이다. 오늘도 병수는 '병신 병수' 이란 단어를 중얼거리며 빔벤더스 감독의 '파리,텍사스'에 나오는 미국의 '파리텍사스'로 가는 황야에 굴러다니는 짚 넝마처럼 뒹굴뒹굴 양재천을 걷고 있다.

병수는 오늘 어김없이 형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친구가 일식을 좋아한대 내가 아는 여의도 일식 집을 예약해놓을 테니 그 친구와 전화해서 약속 잡아!"

2살 위의 형님과 5살 아래의 동생은 오래 전에 결혼해서 날라리 딸과 고집불통 뚱땡이 아들을 낳아 지내 들 끼리 치고 받으며 잘살고들 있다. 어려서 일직 교통 사고로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을 병수는 얼굴도 기억 못한다. 당시에 형님 병식이 9살이고 병수는 4살 이었다. 사고 이후로 큰아버님 댁에서 자란 병수 삼형제는 부모님 없이 큰댁에서 같이 사시는 할머님을 어머니 삼아 자랐다. 큰댁의 사촌들과 다툼이 있으면 눈치를 살펴야 하는 환경이므로 병수 형제는 형님 병식이 아버지 역할을 했다.

환경 탓으로 형제애가 두터웠던 병수 형제는 남달리 어려서부터 눈치가 빨라야 큰댁 사촌들과 지낼 수 있었다. 병수가 사촌들과 사소한 다툼이 있을 때 마다. 병식은 병수를 나무랐다. 그래야 큰어머님 눈치를 벗어 날 수 있었고 병수가 그나마 사회생활을 건전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어려서부터 형님의 도덕적인 규율과 복잡한 환경에서 세상사는 법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 이었다.

일지기 출가한 형제들과 달리 병수은 10여 년을 혼자 살고 있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정확하게 중간만 해온 병수은 군대에서도 '나서지 말고 중간만 하라' 라는 사적 규율을 정확히 따랐다. 학교생활에서의 성적도 중간에서 10% 위아래를 벗어 난 적이 없다. 1년을 같이 지낸 반 친구가 병수가 같은 반 친구라는 것을 생소하게 생각 할 정도로 세상에 없는 듯 조용히 지냈다.

환경적인 영향으로 의견을 내거나 일을 주도 할 수 없었으므로 생활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오로지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으로 해소했다. 그래서 학교 내 백일장에서는 언제나 은상이나 동상을 받았다.
대학에 입학하며 시작한 10여 명과의 연애도 양재천을 걸을 때 '병신' 외치는 듯 언제나 숙맥처럼 마무리 했다. 군대 입대 전에 사귄 여자 친구를 군대 기간 합해 4년 간 사귄 것 이외에는 3개월을 지속한 적이 없다.

어느덧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병수는 요 몇 년 뜸하다 오랜만에 형수님 소개로 여자를 만났다. 하지만 이번도 연달아 했던 3여 년 전의 '선'과 마찬가지로 별 감동이 없다. 마흔이 넘은 병수의 나이 탓도 있겠지만 도무지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 '선'을 보는 병수 자신은 덤덤하게 지내는데 도무지 가족들이 병수를 가만 두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역할을 해왔던 형님은 의무감으로 여러 가지 연애 기술에 대한 충고를 하지만 10여 년이 훌쩍 넘은 형님의 연애 기술이 지금 먹힐 리 없다.

주선자인 형수님도 오케스트라 지휘자 입장에서 여자 쪽 어머님과 통화하며 병수에게 줄기차게 방법을 전수한다. 병수의 파트너 역할을 하는 규수가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남자 스타일, 좋아하는 음악이나 심지어 지난 연애 시절에 실패했던 원인 등도 형님을 통해 전달 한다. 상대 규수의 나이도 있고 해서 규수의 부모님도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것 같다.

'중간맨' 병수도 요번 기회는 상대의 집안 분위기와 부모님 교양 수준을 생각해서 결혼을 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지만 도무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자신은 덤덤한데 형님 내외와 규수 부모님들이 작당 모의 하듯이 2대 2대로 미팅을 하는 것 같다. 이러한 분위기에 정신을 잠시만이라도 놓으면 3개월 내에 병수도 모르게 결혼이 되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병수는 갑자기 "내가 주도하지 않는 결혼을 나도 모르게 해버리면,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지?"라고 생각하며 아무래도 이 번 만남을 정리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까지 살아 왔듯이 이번도 '중간맨'으로 미적미적 넘어 갔다가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섬뜩함을 느낀다. 결혼은 문제가 생기면 내가 감수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자신 만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 가족들이 포함된 10명 곱하기 10명 해서 100개의 연결이 있는 복잡한 문제이므로 문제가 생길 경우 자신이 책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깝지만 요번은 정리하고 다음 기회에 병수 자신이 마음이 동하고 자신이 주도해서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언제쯤 병수는 'Branford Marsalis'의 음악처럼 풍부하고 산뜻하게 살 수 있을까? 병수는 양재천을 돌아 집에 오는 길에 조용히 외친다. "아! 오랜만에 그의 앨범 'I heard you twice the first time'을 듣고 싶다." 속으로 생각한다. '집에 들어가서 지난 생일에 형 병식이 사준 와인 한 병 까서 생수와 같이 마시며 지난 주부터 줄거리 잡아 놓은 장편 소설이나 써야겠다.'


- 2008.07.23, j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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